‘퇴사’ 다음은 항상 막막했다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더 이상 내 마음이 거기에 없었고,
그곳에서의 시간이 나를 소진시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사는 생각보다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자유로움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수입이 끊긴다는 건 단순히 돈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일상 대부분의 시스템이 멈춘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100일 동안, 가능한 한 돈을 쓰지 않고 살아보는 것.
이건 단지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돈이 없다는 전제 아래,
나는 내 하루를 어떻게 채워갈 수 있을까?
소비 대신 채움, 돈 없이도 하루는 흘러갔다
첫 며칠은 솔직히 막막했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는 일,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일,
배달앱을 여는 일까지
모든 행동이 ‘소비’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비하는 대신 직접 움직이는 쪽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었다.
장보기를 줄이고 집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시작했고,
카페 대신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택시는 물론 버스도 줄이고,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바꾼 일상은 내 마음에도 변화를 주었다.
더 이상 ‘편리함’에만 집중하지 않고,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그건 작지만 분명한 만족감이었다.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돈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료 전시를 찾아다녔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열리는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어느 카페보다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또한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며 스스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지만,
실은 내가 의지만 가졌다면 언제든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중요한 건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생각만 없애면 삶은 꽤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100일의 실험은 내 삶을 새롭게 재설계하게 만들었다
100일이 지나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100일의 시간은 단지 버틴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내 삶의 비용 구조를 다시 살펴보았고,
무의식적으로 하던 소비 습관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돈 없이도 나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건 앞으로 어떤 경제적 위기가 닥치더라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삶의 기반이 소비가 아니라
경험과 관계, 그리고 시간을 채우는 방식에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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